(26년 5월 1일) ‘죽은 나무’ 관리 부실인가, 부실시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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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6-05-14본문
[이지영의 하자 이야기]
이지영 변호사만물이 생동하는 4월, 아파트 단지마다 푸른 기운이 완연해야 할 시기입니다. 그런데 관리현장에서는 겨울을 난 수목들이 잎을 틔우지 못하고 말라 죽는 ‘고사(枯死)’가 곳곳에서 발견되곤 합니다. 입주민들은 조경 하자를 의심하지만, 시공사는 입주 후 유지관리 소홀이나 기후 탓을 앞세워 책임을 부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죽은 나무는 단순한 생육 문제가 아니라, 법이 예정한 하자의 전형적 유형일 수 있습니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37조는 하자의 범위와 관련해 “공사상의 잘못으로 인한 고사(枯死) 및 입상 불량 등이 발생해 안전상・기능상 또는 미관상의 지장을 초래할 정도의 결함”을 시설공사별 하자의 범위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고사는 하자 판단의 출발점이 될 수 있고, 쟁점은 ‘죽었느냐’가 아니라 ‘왜 죽었느냐’로 옮겨갑니다. 하자가 문제 되는 순간, 책임의 구조도 명확해집니다. 사업 주체는 담보책임 기간 내 하자가 발생하면 보수할 의무가 있고, 하자 발생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해서는 민법 제667조가 준용됩니다. 결국 조경수 고사가 하자로 평가되는 경우, 단순 교체 요구를 넘어 “하자보수(재식재) 또는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공동주택관리법 제37조(하자보수 등), 민법 제667조(수급인의 담보책임)).
그렇다면 시공사가 자주 꺼내는 ‘관리 부실’ 주장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을까요? 법원은 조경수 고사가 설계・시공・관리 등 복합 요인으로 발생할 수 있음을 전제하면서도, 실제 사건에서 “생육에 지장을 초래할 만한 부실시공 없이 유지・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사정만으로 조경수가 단기간에 고사로 진행되지는 않는 것이 일반적” 이라는 경험칙을 분명히 적시한 바 있습니다. 관리 탓을 말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구체적 자료로 입증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가합575138).
실무적으로 더 중요한 곳은 지상이 아니라 지하입니다. 특히 지하주차장 상부 등 인공지반은 토심이 제한되고 배수가 어렵기 때문에 배수계획・배수시설이 곧 수목 생존의 전제가 됩니다. 실제로 법원은 인공지반 조경에서 수직드레인이 설계보다 현저히 적게 설치되거나 유효하게 기능하지 않아 배수 기능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 수목 고사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로 판단하면서 시공상 문제를 핵심 원인으로 봤습니다. 더 나아가 추가로 수직드레인을 설치한 뒤에는 뚜렷한 고사 현상이 줄어들었다는 사정까지 함께 고려된 사례도 확인됩니다(서울고등법원 2015나2015885, 대전지방법원 2016가합100380, 2016가합1803).
이런 여러 가지 점을 고려하면 “죽은 나무를 새로 심어 달라”는 요구만으로는 문제를 끝내기 어렵습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실제 원인이 배수・토양·기반층・다짐 등 ‘보이지 않는 공정’에 있다면, 재식재는 같은 고사를 반복하는 임시 처방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분쟁을 실질적으로 해결하려면 고사목 주변의 배수 상태, 배수시설 설치・기능 여부, 식재 기반의 상태를 확인하는 조사가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조경은 단지의 미관을 넘어 공동주택의 가치와 직결되는 자산입니다. 봄마다 반복되는 고사를 관리 탓으로만 넘기지 말고, 원인이 땅속에 남는 하자인지 시선을 넓혀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고사한 나무는 말이 없지만, 책임의 단서는 종종 토양과 배수 구조 속에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 정필 ☎ TEL 02-584-58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