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4월 2일) 1심 승소 판결금, 당장 공사에 써도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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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6-04-04본문
[이지영의 하자이야기]
이지영 변호사지루한 하자 소송 끝에 1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고 나면, 오랜 시간 불편을 참아온 입주민들은 하루라도 빨리 아파트 보수 공사가 시작되길 기대하기 마련입니다. 특히 집을 매매하고 싶은 입주민들은 외부 도장 공사 등을 통해 아파트 외양을 꾸민 후 매도하고 싶은 생각에 입주자대표회의에 공사 추진을 건의합니다. 시공사나 시행사로부터 판례상 인정되는 ‘가집행’ 절차를 통해 판결금을 우선 지급받게 되면 이러한 기대는 더욱 커집니다.
하지만 변호사로서 현장을 지켜보며 가장 우려되는 지점이 바로 이 시기입니다. 1심 판결금은 확정된 권리가 아니며, 상대방이 항소할 경우 판결금의 성격은 ‘가지급금’으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피고 측은 항소심이 진행되는 동안 연 12%에 달하는 막대한 지연손해금을 차단하기 위해 판결금을 미리 지급하곤 합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항소심 결과에 따라 반환해야 할 수도 있는 유동적인 금액입니다. 1심의 경우 원고인 입대의 쪽에서 감정 신청을 해서 결과를 받은 것이고 항소심 과정에서 피고인 시행사나 시공사는 ‘재감정’이나 ‘추가적인 사실조회’를 통해 1심 감정 결과를 다투게 됩니다. 예를 들어 1심 감정 결과에 불복하며 드론을 동원한 정밀 균열 조사 등을 다시 신청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만약 입대의가 1심 판결금을 받자마자 외벽 도장이나 지하주차장 에폭시 공사, 옥상 방수 공사를 서둘러 진행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항소심 재감정 시 드론이 촬영한 외벽은 이미 도색으로 깨끗해진 상태일 것이고, 지하주차장과 옥상의 균열 역시 새로운 도료에 덮여 균열 부위 확인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결국 재판부의 감정 결과에서 균열 부위가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면, 1심보다 판결 금액이 크게 감액되는 뼈아픈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가지급물 반환 의무에 대해 “가집행 판결에 기해 지급된 가지급금은 본안판결이 취소되거나 변경되는 경우 반환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94다22446 판결 등 참조). 즉, 항소심에서 금액이 감액되면 이미 받아낸 돈의 일부를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실무적으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입주민과의 갈등입니다. 1심 판결금을 믿고 대규모 공사 계약을 체결했는데, 항소심에서 판결 금액이 깎여 공사 대금을 충당하지 못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비난의 화살은 고스란히 입대의로 향하게 됩니다.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왜 성급하게 공사를 시작했느냐”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이는 단지 내 극심한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한국 대부분의 아파트가 장기수선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하지 않는 현실을 생각할 때 추가적인 공사 비용을 어떻게 충당하냐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하자 보수 공사는 항소심 판결이 나와 금액이 확정될 때까지 신중해야 합니다. 물론 당장 물이 새거나 붕괴 위험이 있는 긴급한 보수는 예외겠지만, 아파트의 미관을 개선하는 도장 공사나 대규모 방수 공사는 항소심 이후로 미루는 것이 법률적・실무적으로 현명한 선택입니다. 승소의 기쁨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는 1심 판결문에 매몰되지 않고 ‘항소심 변수’를 끝까지 살피는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법무법인 정필 ☎ TEL 02-584-5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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