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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3월 6일) 지하주차장 소방 ‘도면대로’ 아닌 ‘실질적 성능’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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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6-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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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의 하자이야기]

이지영 변호사이지영 변호사

새 아파트에 입주한 뒤 시공사에 소방 시설의 미비점을 지적하면 으레 “사업 승인 당시의 도면과 법령을 모두 준수했기에 하자가 아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옵니다. 과연 그럴까요? 건축물이 마땅히 갖춰야 할 안전성과 기능을 결여했다면, 도면을 따랐다고 해서 면죄부를 줄 수는 없습니다. 그간 법원은 설계 도면대로 시공됐다 하더라도 기능상, 안전상 지장을 초래하는 결함이 있다면 이를 시공상 하자로 인정해 왔습니다. 이러한 법리는 단순히 시공의 완결성을 넘어 그 시설이 본래 의도된 성능을 발휘하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특히 2026년 3월 1일부터 시행되는 ‘지하주차장 소방시설 강화 대책’은 우리에게 하자를 바라보는 새로운 법적 잣대를 제시합니다. 바뀐 내용의 핵심은 행정규칙인 ‘스프링클러 설비의 화재안전성능기준(NFPC 103)’ 제8조 제15항의 신설입니다. 이 조항은 “지하주차장의 스프링클러 설비는 습식으로 해야 한다”고 명시하며, 화재 시 즉각적인 살수가 가능한 시스템을 법적 표준으로 확립했습니다. 

그동안 시공사들은 동파 방지를 이유로 배관을 비워두는 ‘준비 작동식’을 선호해 왔는데 이는 감지기가 동시에 작동해야만 물이 나오는 구조적 한계로 인해 초기 진압이 늦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습니다. 전기차 화재와 같이 초 단위로 열폭주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지연은 곧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법령이 ‘습식’과 ‘조기 반응형 헤드’를 표준으로 정한 만큼, 이제는 도면을 따라 반응이 늦은 설비를 방치하는 것은 안전 성능을 결여한 명백한 ‘기능상 하자’로 볼 여지가 매우 커졌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설계 단계부터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요구합니다.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6조(건축허가등의 동의) 및 동법 시행령의 개정으로 인해, 이제 지하주차장이 설치되는 모든 건축물은 설계 단계부터 소방서의 엄격한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과거처럼 면적 기준에 따라 규제를 피해 가던 관행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특히 대규모 지하주차장은 소방시설법 제8조에 따른 ‘성능 위주 설계’ 심사를 통해 화재 시뮬레이션 등 공학적 검증을 마쳐야 합니다. 이는 시공사가 나중에 “도면대로 했다”고 주장하더라도, 그 도면이 소방서가 요구한 ‘실질적 소방 성능’을 확보했는지를 따질 강력한 근거가 됩니다. 설계 단계에서 성능 확보를 소홀히 했다면 절차상의 미비가 아니라 중대한 설계상 하자이자 기능상 하자로 봐야 마땅합니다.

우리는 흔히 하자를 눈에 보이는 균열이나 누수 정도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소방 설비와 같은 안전시설의 하자는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습니다. 설계 도면상에는 모든 주차 구역에 헤드가 배치하게 돼 있는데 실제 현장에서 배관 간섭 등을 이유로 살수 반경이 닿지 않는 ‘데드존(Dead Zone)’을 만들어 놓거나 실제 화재 시 배터리의 열폭주를 감당할 수 있는 수압이 확보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실질적으로 안전 기능이 미시공된 상태와 다름없습니다. 2026년 3월부터는 설계 단계부터 소방서의 엄격한 동의 절차를 거치며 성능 위주의 심사가 강화되는 만큼, 기존 단지들 역시 이 강화된 기준을 잣대 삼아 우리 단지의 숨은 미시공과 기능적 결함을 찾아내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관리주체와 입주자대표회의는 이제 시공사를 향한 질문의 결을 바꿔야 합니다. “당시 도면대로 했느냐”가 아니라, “신설된 스프링클러 설비의 화재안전 성능기준과 소방시설법 제6조의 강화된 취지에 비춰 볼 때, 우리 단지의 설비가 입주민의 생명을 지킬 실질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느냐”를 물어야 합니다. 하자 담보책임은 과거의 실수를 바로잡는 것뿐만 아니라 입주민이 앞으로 살아갈 날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장치이기 때문입니다.

‘도면대로 시공’이라는 시공사의 주장에 맞서 숨은 기능적 결함을 찾아내고 이를 법리적으로 추궁하는 것, 그것이 ‘이지영의 하자 이야기’가 독자 여러분에게 전하고 싶은 전문성이자 진심입니다. 여러분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2026년의 새로운 안전 표준에 부합하고 있습니까? 

법무법인 정필 ☎ TEL 02-584-58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