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11월 25일) 외벽 층간균열 하자 보수 두 가지 공법의 법적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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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5-12-25본문
[이지영의 하자이야기]
이지영 변호사최근 아파트 하자소송에서 외벽 균열을 둘러싸고 ‘방수키(계단형 누수방지턱)’와 0.3㎜ 기준이 쟁점이 되기도 합니다. 피고 측은 감정 단계에서 “외벽 층간 이음부에 방수키가 설계대로 시공돼 있으므로, 폭 0.3㎜ 미만 균열은 표면처리 공법으로도 충분하다”며 보수비를 대폭 감액해 달라는 주장을 반복합니다. 일부 감정서는 이에 따라 종전 충전식(주입식) 공법을 표면처리 공법으로 변경하면서 보수비용이 세 배 이상 차이가 나 공용부 보수비가 수억에서 수십억 원까지 줄어들기도 합니다.
언뜻 국토교통부 하자판정기준과 최근 판례 경향을 반영한 합리적인 감정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소송에서는 ‘방수키가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저비용 공법이 언제나 정당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경우에 방수키를 이유로 표면처리를 인정할 수 있는지, 그 ‘요건’을 어떻게 입증・반박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법원은 하자 및 보수공법을 판단할 때 감정 결과를 중시하되 설계・시공 기록, 실제 하자 발생 여부, 구조적・내구성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건설감정실무’는 외벽 층간 균열에 대해서는 폭과 관계없이 충전식 공법을 기본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급심 판결들 역시 이러한 기준을 전제로 충전식 공법에 따른 보수비 산정을 인정해 온 사례가 많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4. 24. 선고 2021가합578032 판결). 층간 이음부 균열은 단순 도장면 하자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물과 이산화탄소, 염화물이 침투하는 통로가 돼 철근 부식과 내구성 저하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는 판단이 전제돼 있습니다.
그럼에도 일부 사건에서 법원이 표면처리 공법을 수용한 것은 대체로 이런 경우입니다. 첫째, 설계도면・시방서・시공 기록과 코어 채취 결과를 통해 해당 부위 전반에 방수키가 설계대로 시공됐다고 볼만한 신뢰성이 확보돼야 합니다. 단지 일부 위치에서 방수키가 확인된 것과 전체 시공 품질이 담보된 경우를 동일하게 취급하기는 어렵습니다. 둘째, 감정 시점에 실내 누수, 도배 젖음, 곰팡이, 결로 등 구체적인 피해가 나타나지 않고, 구조 안전성 지표상 중대한 이상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잠재적 위험은 있으나, 현실화된 하자는 아직 없다’는 전제 아래 예외적으로 저비용 공법을 허용하는 것입니다. 셋째, 검토 대상이 주로 외벽 층간 시공 이음부에 한정돼 있고, 옥상 슬래브나 지하 바닥 등 구조와 방수 체계가 다른 부위는 별도의 판단을 거칩니다. 그럼에도 실무에서는 외벽 일부에서 확인된 방수키를 근거로 옥탑 벽체, 옥상 부위 균열까지 일괄적으로 표면처리에 포함하려는 시도가 적지 않습니다.
하자보수책임기간과 제척기간을 고려하면 이러한 일반화는 상당한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현재 0.2~0.3㎜ 수준의 미세 균열이더라도 향후 수년 사이 0.3㎜ 이상・관통 균열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적 결함이 문제 됩니다. 제척기간이 지나 하자가 본격화하면 그때는 입주민과 관리주체가 하자보수비를 전액 부담해야 하므로, 법원은 감정실무에서 충전식 공법을 기본값으로 삼는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소송 전략 측면에서는 감정만 따르지 말고 다음을 적극적으로 다퉈야 합니다. 첫째, 표본 조사 범위와 대표성을 따져야 합니다. 몇 개 동, 몇 개소의 코어 채취만으로 단지 전체 외벽 층간 이음부에 동일한 품질의 방수키가 시공됐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감정인에게 구체적으로 묻고, 필요시 다른 동・다른 위치에 대한 추가 파취 감정을 신청합니다. 둘째, 실제 누수・결로 사례를 체계적으로 수집・제시해야 합니다. ‘방수키가 있더라도 실제로는 하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입증하면, 방수키를 이유로 한 저감 논리는 설득력을 잃게 됩니다. 셋째, 부위별 구조와 방수 체계를 구분하도록 요구해야 합니다. 외벽 층간 이음부, 옥탑 난간 벽체, 옥상 슬래브, 지하주차장 벽체 등은 역할과 환경이 크게 다르기 때문입니다. 소송 실무에서는 이처럼 ①방수키 시공의 신뢰성 ②실제 하자 및 중대성 ③부위별 공법 구분이라는 틀을 분명히 세우고 주장을 전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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