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8월26일)모델하우스와 다른 아파트, 하자인가 계약 위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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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6-09-01본문
[이지영의 하자 이야기]
이지영 변호사입주가 시작되면 관리사무소에는 두 종류의 민원이 접수됩니다. 하나는 균열이나 누수처럼 눈에 보이는 하자이고, 다른 하나는 “분양 때 들었던 것과 다르다”는 항의입니다. 커뮤니티시설이 축소되고, 마감재가 등급이 낮은 자재로 바뀌는 경우가 그렇지요. 이런 민원은 대체로 하자 접수 목록에서 밀려나 흐지부지되곤 하지만, 하자와 별개로 다툴 수 있는 독립된 청구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광고는 계약의 청약이 아니라 청약을 유인하는 행위에 불과한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대법원 2007. 6. 1. 선고 2005다5812・5829・5836 판결은 여기에 중요한 예외를 뒀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온천 이용, 바닥재 시공, 유실수 단지와 테마공원 조성처럼 단지 안의 외형과 재질에 관한 광고는 계약 내용으로 편입된다고 봤습니다. 반면 도로 확장이나 전철역 신설처럼 단지 밖의 사정에 관한 광고는 청약의 유인에 그친다고 판단했지요. 구별 기준은 사업주체가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인지, 행정청이나 제3자의 결정에 달린 것인지를 보면 됩니다.
그렇다면 광고가 계약 내용으로 편입되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균열이나 누수처럼 시공 상태의 흠을 다투는 것이 아니라 약속한 사양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채무불이행(민법 제390조)의 문제가 됩니다. 법적 성질이 달라지면서 실무상 차이가 세 가지 생깁니다. 첫째, 감정에서 “설계도서대로 시공됐다”는 이유로 배척된 항목이 되살아납니다. 준공도면 자체가 광고와 다르게 변경된 사안이 대표적이지요. 둘째, 청구할 수 있는 기간 계산이 달라집니다. 공동주택관리법 제36조, 제37조와 집합건물 법 제9조에 따른 담보책임기간은 부위별로 2년에서 10년까지 나뉘고 제척기간의 제약을 받지만,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민법 제162조 제1항에 따라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됩니다. 담보책임기간이 지난 항목에도 여지가 남는다는 뜻입니다. 셋째, 손해액 산정 방식이 다릅니다. 보수비가 아니라 광고된 사양과 실제 시공 사양의 가치 차액이 기준이 됩니다.
광고한 것을 지키지 않은 경우뿐 아니라 알려야 할 것을 알리지 않은 것도 책임의 근거가 됩니다. 대법원 2006. 10. 12. 선고 2004다48515 판결은 단지에서 약 1㎞ 떨어진 곳에 쓰레기매립장 건설이 예정된 사실을 알면서도 고지하지 않은 사안에서, 거래 상대방이 그 사정을 알았더라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임이 명백한 경우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고지의무가 인정된다고 판시했습니다. 고지의무의 근거가 법령에 한정되지 않고 계약상・관습상 또는 조리상의 일반원칙에서도 나온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최근에는 고압송전선로, 변전소, 장례식장, 축사와 같이 시세 하락으로 직결되는 시설의 미고지가 수분양자 집단소송의 형태로 다퉈지고 있습니다. 이때 손해액은 보수비가 아니라 그 사정이 반영됐을 경우의 시가와 실제 분양대금의 차액으로 감정됩니다. 따라서 하자에 따른 담보책임을 물을 때보다 손해배상 액수가 커질 수 있습니다. 다만 법원은 당사자의 확인의무 등을 들어 책임을 상당한 폭으로 제한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감정 방법과 책임제한 비율을 처음부터 함께 설계해 다퉈야 합니다. 아울러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조의 부당한 표시・광고에 해당한다면 같은 법 제10조에 따라 사업자의 고의・과실을 묻지 않고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검토해 볼 만합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분양 자료부터 챙겨야 합니다. 분양 당시의 카탈로그와 홍보 책자, 모델하우스 사진, 인터넷 광고 화면, 분양 상담 녹취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집니다. 하자소송을 준비하는 단지라면 하자 접수와는 별도로 분양 자료의 조기 수집과 보전을 서두르는 것이 좋습니다. 입주민 커뮤니티에 흩어져 있는 입주 초기 사진 한 장이 결정적 증거가 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아파트가 계약과 다르게 지어졌다는 사정이 있는 경우 공동주택법과 집합건물법에 따른 하자배상 청구로 교체비용 상당을 청구할 수도 있고, 채무불이행에 따른 시가차액 상당을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더군다나 일반집단소송법의 도입으로 집단소송이 한결 수월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청구권에 대한 올바른 접근으로 본인의 재산권을 지켜야 할 것입니다.
법무법인 정필 ☎ TEL 02-584-58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