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7월22일)닦아도 다시 피는 곰팡이, 정말 환기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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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6-07-24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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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의 하자 이야기]
이지영 변호사“곰팡이는 입주민이 환기를 제대로 하지 않아 생긴 것이므로 하자가 아닙니다.”
여름철 결로・곰팡이 하자를 두고 시공사 측이 가장 흔히 내세우는 항변입니다. 장마가 물러가고 무더위가 이어지는 이맘때면 세대 안쪽 벽체와 창호 주변, 붙박이장 뒤편에 검은 곰팡이가 번졌다는 상담이 부쩍 늘어납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이것이 ‘입주민의 생활 관리 탓’인지 ‘시공상의 하자’인지를 두고 다툼이 벌어지지요. 그러나 결로(結露)는 단순히 물방울이 맺히는 현상이 아니라, 그 부위가 애초에 결로가 생기지 않도록 설계・시공됐는지의 문제입니다. 즉 다퉈야 할 질문은 “환기를 얼마나 했는가”가 아니라 “환기와 무관하게 결로가 생기지 않도록 지어졌는가”입니다.
결로 방지는 본래 설계・시공 단계에서부터 지켜야 할 법적 의무입니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14조의 3은 5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을 건설할 때 벽체의 접합 부위, 난방설비가 설치되는 공간의 창호 등이 국토교통부 장관이 고시하는 기준에 적합한 결로 방지 성능을 갖추도록 하고, 벽체와 천장의 접합 부위・최상층 세대의 천장 등 결로 취약 부위에 대한 결로 방지 상세도를 설계도서에 포함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른 국토부 고시 ‘공동주택 결로 방지를 위한 설계기준’은 결로 방지 성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지표로 “온도 차이 비율(TDR, Temperature Difference Ratio)”을 두고 있습니다. TDR은 실내와 외기의 온도차이에 대한 실내 표면의 온도 차이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온도 25℃・상대습도 50%의 실내조건과 지역별 외기온도 조건을 기준으로 산정되며, 그 값이 기준치를 넘으면 결로에 취약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그렇다면 법원은 결로・곰팡이 하자를 어떻게 판단할까요? 핵심은 결로가 발생한 부위가 ‘단열이 요구되는 구간’인지 ‘그렇지 않은 구간’인지에 있습니다. 국토부의 하자판정기준 역시, 단열공간의 벽체・천장・바닥 등에서 결로가 발생한 경우 설계도서상 해당 부위의 TDR 값이 설계기준보다 크거나, 열화상 카메라・표면온도계로 측정한 결과 단열처리가 현저히 불량해 표면온도가 노점온도 이하로 떨어진다고 판단될 때 이를 하자로 본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외벽에 맞닿은 벽체나 최상층 천장처럼 단열이 요구되는 구간의 결로는 단열재 두께 부족, 단열재 사이의 틈, 방습층 미설치, 열교(냉교) 등 시공상의 결함을 의심해야 하며 설계기준이 정한 결로 방지 성능에 미달했다면 그 원인은 생활 습관이 아니라 시공에 있는 것입니다.
반대로 발코니처럼 애초에 외기(外氣)에 접하는 공간으로 단열재 시공이 예정되지 않은 비단열구간의 결로, 또는 입주민이 사용검사 이후 임의로 새시(창호) 공사를 하면서 생긴 결로는 사정이 다릅니다. 이 경우에는 설계상 조치가 갖춰져 있었다면 유지관리의 문제거나 새시 시공자의 책임으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결국 모든 결로를 일률적으로 생활 관리 탓으로 돌리는 시공사의 항변은 절반의 진실에 불과하며, 다퉈야 할 지점은 ‘어느 부위에 생긴 결로인가’입니다.
그렇다면 여름철 곰팡이의 하자 책임을 묻기 위해 입주자와 관리주체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먼저 곰팡이를 닦아내기 전에 발생 위치와 범위를 사진・영상으로 반드시 남겨 둬야 합니다. 닦아낸 뒤에는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입증할 길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또 열화상 진단을 통해 해당 부위가 단열구간인지, 표면온도가 기준에 미달하는지를 객관적으로 확인해 둬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담보책임 기간이 도과하기 전에 내용증명 등 서면으로 하자보수를 청구해 권리 행사 사실을 남겨야 합니다. 특히 결로・곰팡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감가상각으로 인정되는 보수비가 줄어드는 특성이 있어, 방치할수록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든다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여름의 곰팡이는 벽 한구석의 얼룩처럼 사소해 보이지만, 그 뒤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시공상 하자가 원인일 수 있습니다. 환기를 탓하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할 것은 그 벽이 애초에 결로를 견디도록 지어졌는가입니다. 닦아내면 사라지는 것은 곰팡이일 뿐, 그 원인이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장마 이후 늘어나는 곰팡이의 근본적 원인을 체크해 봐야 할 때입니다.
법무법인 정필 ☎ TEL 02-584-5888